호르몬: 도파민은 쾌락 물질이 아니고, 세로토닌 가설은 지지가 약하다
호르몬은 혈류를 타고 표적 조직에 작용하는 신호 물질입니다. 흔히 함께 묶이는 도파민·세로토닌은 주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며, 대중적으로 붙은 '쾌락 물질' 같은 별명은 실제 기능과 잘 맞지 않습니다.
호르몬 이야기는 별명으로 시작해 별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파민은 쾌락, 세로토닌은 행복, 옥시토신은 사랑,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이 글은 그 별명들이 어디까지 맞는지에서 시작합니다.
1. 먼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은 다르다
- 호르몬은 내분비샘에서 나와 혈류를 타고 멀리 있는 표적에 작용합니다. 코르티솔·인슐린·에스트로겐이 그렇습니다.
- 신경전달물질은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 틈에서 작용합니다. 도파민·세로토닌이 주로 이쪽입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몸의 다른 곳에서 호르몬처럼 작용하기도 해서 경계가 완전히 갈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행복 호르몬”이라는 묶음은 편의상의 표현이지 생리학적 분류가 아닙니다.
2. 도파민은 쾌락 물질이 아니다
가장 널리 퍼진 오해입니다. 도파민은 좋아함(liking)보다 원함(wanting), 그리고 예측 오차와 관련됩니다.
핵심 관찰은 이렇습니다. 보상이 예상보다 좋을 때 도파민 신호가 커지고, 예상대로일 때는 커지지 않습니다. 예상보다 나쁠 때는 오히려 줄어듭니다. 즉 도파민이 나르는 것은 쾌락의 크기가 아니라 “예상과 얼마나 달랐는가”입니다.
그래서 도파민은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라기보다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쥐에서 도파민을 차단해도 단맛에 대한 반응 자체는 남지만, 그것을 얻으려는 행동이 줄어든다는 관찰이 이 구분을 뒷받침합니다.
3. ‘세로토닌 부족이 우울증의 원인’은 지지가 약하다
오래 통용된 설명이 있습니다. 우울증은 뇌의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생기고, 그래서 SSRI가 듣는다는 것입니다. 이 화학적 불균형 가설은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22년에 나온 포괄적 개관 연구는 세로토닌과 우울증을 잇는 여러 갈래 증거를 종합했고, 세로토닌 활성이나 농도의 저하가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일관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약이 어떻게 듣는지에 대한 설명과, 약이 듣는지 여부는 다른 질문입니다. 치료를 임의로 중단할 근거로 이 문단을 쓰지 마십시오 — 복약 변경은 처방한 의사와 상의할 일입니다.
4. 옥시토신도 ‘사랑 호르몬’만은 아니다
옥시토신은 유대·신뢰와 관련이 있지만, 누구에 대한 유대인지가 함께 움직입니다. 내집단에 대한 애착을 높이는 동시에 외집단에 대한 경계나 편애를 함께 강화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즉 옥시토신은 사랑을 늘리는 물질이 아니라 사회적 구분을 뚜렷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5. ‘도파민 디톡스’는 도파민을 낮추지 않는다
유행하는 실천이 하나 있습니다. 며칠간 자극을 끊어 도파민 수용체를 ‘리셋’한다는 것입니다.
이 표현은 신경과학 용어를 빌렸을 뿐, 실제로 도파민 수치를 낮추거나 수용체를 되돌린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도파민은 움직임·동기·학습에 늘 필요하므로 ‘끊는’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실천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짧고 강한 자극(무한 스크롤, 알림)을 줄이면 주의가 회복되고 지루함을 견디는 힘이 돌아옵니다. 그 효과는 실재하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것은 도파민 리셋이 아니라 습관과 주의의 재배치입니다.
6. 읽을 때의 원칙
- 한 물질에 한 감정을 짝지어 주는 설명은 거의 틀립니다. 같은 물질이 부위와 맥락에 따라 다른 일을 합니다.
- 혈중 농도를 재서 기분을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은 조심하십시오. 뇌 안의 작용은 혈액 검사로 잘 잡히지 않습니다.
- 기분·수면·식욕의 변화가 오래 이어진다면 호르몬 해석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참고 문헌
Wolfram Schultz (1998) Predictive reward signal of dopamine neurons, Journal of Neurophysiology 80(1) — 도파민이 보상 예측 오차를 신호한다는 연구.
Kent C. Berridge & Terry E. Robinson (1998) What is the role of dopamine in reward: hedonic impact, reward learning, or incentive salience?, Brain Research Reviews 28(3) — ‘좋아함’과 ‘원함’의 구분.
Joanna Moncrieff et al. (2022) The serotonin theory of depression: a systematic umbrella review of the evidence, Molecular Psychiatry 28 — 세로토닌 가설의 근거를 종합 평가한 연구.
Carsten K. W. De Dreu et al. (2011) Oxytocin promotes human ethnocentrism, PNAS 108(4) — 옥시토신이 내집단 편애를 강화한다는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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